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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과 만난 메르스…"게시판엔 정보 대신 혐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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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전국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확산책임과 일부 개인의 일탈적 행동 등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남·여성 간 혐오와 편가르기로 번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이하 디시) 내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고자 지난 달 말 개설된 '메르스 갤러리'(이하 메르스갤). 개설 초기엔 메르스 증상에 대한 문의나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과 여성 혐오에 대한 글이 게시판을 차지했다.

 

◇조롱과 만난 메르스…여성혐오로 번져

 

현재 이 게시판에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메르스 관련 책임 등이 서로에게 있다는 것에서 부터 특별한 이유나 근거가 없는 혐오를 나타내고 있는 이 글이 하루에도 수 천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고자 디씨인사이드 측이 개설한 해당 게시판의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는 글들이다. 게시판이 변질된 정확한 시기와 이유 등은 알 수 없지만 홍콩에서 메르스 의심 여성 2명이 격리 치료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개념이 없는 여성을 비꼬는 인터넷 용어인 '김치녀'와 메르스가 만나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가 메르스갤을 통해 나타났다. 격리거부가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지자 이번엔 여성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정확한 상황도 파악하지 않은 채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남성혐오'로 번지면서 결국 메르스갤에는 남·여 간 혐오 게시물만 넘쳐났다. 이와 관련해 각종 패러디들이 넘쳐 났고 메르스 관련 정보공유라는 본질은 잊혀졌다.

 

특히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남성이라는 것과 자가 격리 됐으나 골프를 치러 이동한 여성의 사례 등은 메르스갤에서 남·여간 전쟁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음란·혐오글 수천건 메르스갤…소모적 감정싸움

 

논란이 계속되자 디시측은 하루에도 수천건씩 메르스갤에 올라오는 음란·혐오 글을 확인·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시측은 최근 욕설과 비방글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를 포함해 메르스갤에 대한 추천을 로그인 이용자만 하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게시판은 비로그인 이용자도 추천이 가능하지만 메르스갤은 불가능하단 설명이다.

 

디시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 등을 위한 취지와 달리 메르스갤 게시글들의 수준이나 수위가 과도하다고 보여 관련 조치를 취했다"며 "다만 이용자들에 따라 갤러리의 방향이 정해지는 만큼 폐쇄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갤러에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에 대해 남·여 차별에 대한 우리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단편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하며 현재로선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메르스와 관련해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양상도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메르스와 맞물려 끝나지 않는 전쟁인 남녀갈등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며 "편가르기는 인간의 본성이긴 하지만 이러한 분쟁은 집단이나 개인에게 상처만 될 뿐이다. 감정만 소모될 뿐"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졸렬한 싸움이다. 단순한 사건 등을 여성 전체의 비하로 이어간 남성이나 이를 남성비하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네티즌 간 감정싸움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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