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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팬티쓰고 "만원만"…온라인 구걸러, 왜?
페이스북

2015-07-23


 

#"인터넷에서 비공개로 하는 것이니 이 미션(머리에 팬티를 쓰고 인증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수치심은 없습니다. 빚 갚을 돈이 부족해서 막노동을 하는데, 이렇게 쉽게 벌지는 못하잖아요."(디시인사이드 대출게시판 이용자 A씨)

 

#"장난이에요. 노예와 주인 느낌이 들어서 용돈 중에 만원 정도 구제했습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그렇겠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이 게시판의 문화로 봐야죠."(디시인사이드 대출게시판 이용자 B씨)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 내 대출갤러리(게시판)에서 돈을 주고 받는 이용자들의 생각이다.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요구하고 제공하는 이른바 일명 '구걸론'(구걸+대출을 뜻하는 영단어 Loan)이 유행하고 있다. 

 

◇'이유 없는' 인터넷 앵벌이…구걸론

 

인터넷 상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돈을 요구하는 이들을 '구걸러'(구걸+~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단어 er)라고 불린다. 게시판에는 구걸러에게 현금 등을 주는 '구제러'(구제+er)도 있다. 당초 이 게시판은 상품 등 대출관련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대출광고와 구걸·구제관련 글만 하루에 수천개씩 올라온다.

 

구걸러들은 게시판에서 몇 천원~몇 만원 가량의 소액을 요구한다.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아무 이유가 없기도 하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거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사연 등을 자신의 은행계좌를 함께 남긴다.

 

구걸러는 돈을 받기 위해 직접 특정 미션을 제안하거나 구제러의 요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구제러도 이유 없이 돈을 보내겠다거나 미션을 제안하기도 한다. 실제 돈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닉네임 등으로 된 입금내역을 공개하기도 한다.

 

문제는 단순 미션을 넘어 상식을 벗어난 변태·엽기적 행동을 시키거나 수행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한 구걸러는 팬티를 머리에 쓰고 인증사진을 보내면 만원을 주겠다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 구걸러(24·일용직)는 "1000만원 가량의 빚이 있어 이자를 내야하는데 막노동 일거리도 찾지 못해 게시판에서 돈을 요구했다"며 "'만원 때문에 이래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얼굴을 노출하는 건 아니라 수치심이 없고, 거부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더 심한 경우도 많다. 올해 초 한 구걸러는 돈을 받고자 변기물에 머리를 감는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공개했다. 손목을 흉기로 그어 상처를 낸 모습이나 신체부위를 찍으면 돈을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게시판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한다는 구걸러와 누군가에게 왕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구제러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구걸러 중 실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겠지만 구걸·구제가 온라인상에서 일종의 놀이인 셈이다.

 

한 구제러(24·대학생)는 "용돈을 받아 생활이 특별히 어렵진 않다. 주인과 노예처럼 행동해 보고 싶어서 구제했다"며 "돈 자체가 적은데다가 다들 장난식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다"고 말했다. 다만 게시판 관계자는 "과도한 미션 등은 삭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대출게시판(갤러리) 화면캡쳐. / 자료제공 = 디시인사이드

 

◇"구걸론 사회·심리적 문제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해야"


구걸러와 구제러의 유행은 비교적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라면 돈벌이 수단으로 어떤 행동도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불편하게 바라보는 여론도 적지 않다.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대중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이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구걸론은 사회적으론 실업률 등 사회전반적인 구조적 문제와 익명성이라는 인터넷 기술, 대중의 관심에 대한 개인적 문제 등을 볼 수 있다"며 "성공확률은 낮더라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구걸문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적으로는 구걸론을 온라인상의 유희로서 즐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구걸을 요청하거나 일정 미션을 수행하면서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 등을 받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도 크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정말 돈이 없어서가 아닐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들어주고 미션 등에 대한 성과를 칭찬하면서 만족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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