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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네가 말한 주식 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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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9


 

 

“종목 추천 좀 해봐. 그때 네가 말한 주식 많이 올랐더라. 너, 돈 좀 벌었지?”

 

올해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이 주위에 천지다. 어디를 가든 주식 얘기를 시작하면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이 나온다.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는 사람이 없다.(내 주위엔 다행히 수일째 하한가를 맞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산 사람이 없다.)

 

엊그제 있었던 과거 직장 동기 모임에서도 화제는 단연 주식이었다. 주식 얘기가 동기 모임에서 빠진 적은 없었지만 이번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얘기가 오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왜냐하면 다들 주식으로 돈 좀 벌었기 때문이었다.

 

주식으로 돈 번 얘기를 할 때면 으레 종목 선정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코스닥 OO종목으로 2배 벌었다”고 호탕하게 웃는 선수부터 “그 종목이 지금 3배 가까이 올랐다”고 의기양양해하는 선수들까지 다양하다. 저마다 ‘신의 한 종목’을 골랐다고 한껏 자랑을 해댄다. 

 

개중엔 “운이 좋았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 이도 있지만 반대로 “이번엔 저 종목이 뜰거야”라며 ‘신의 한 종목’을 미리 짚어주는 이들도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으로 돈 번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럴수록 대박을 터뜨린 모험담(?)도 많아진다. 하지만 학계에선 ‘신의 한 종목’을 노리고 주식 투자에 나서는 방식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소위 주식 전문가(guru)라 불리는 사람들의 예측을 검증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CXO Advisory에 따르면, 이들 주식 전문가의 예측이 맞을 확률은 46.8%로 무작위로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앞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인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이스턴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의 폴 볼스터(Paul Bolster)와 에머리 트레이한(Emery Trahan) 재무학교수는 미국 증권방송 CNBC의 매드머니(Mad Money) 프로그램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Jim Cramer)의 주식 추천 성적을 조사해봤다. 결과는 2005년 7월말부터 2007년 12월말까지 약 2년간 크레이머의 매수·매도 추천 성적은 매우 뛰어나지도 반대로 매우 나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저 그렇다는 것.

 

크레이머의 주식 추천 성적은 해마다 크게 변동했는데, 이는 그가 종목 선정 시 일정한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때는 배당주를 추천했다 또 다른 때는 성장주를 추천하는 그런 식이었다.

 

두 교수는 “크레이머가 종목 선정에 있어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일관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신의 한 종목’을 고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의문에 품었다.

 

수천억 원을 굴리는 월가의 전문 펀드매니저들도 종목 선정 능력에 있어 크레이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S&P500 지수와 비교하는 성적을 보여주는 SPIVA(S&P Indices Versus Active)의 2014년 말 자료에 따르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을 받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시장을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종목을 선정하지만 그들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특정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active) 펀드매니저의 86퍼센트는 2014년 시장의 벤치마크에 비해 낮은 성적을 거뒀다. 또한 지난 5년 혹은 10년 동안 각각 88.65퍼센트와 82.07퍼센트가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특정 중소형주를 골라 집중 매매하는 액티브 펀드매니저의 과반수는 지난 5년 혹은 10년간 시장 벤치마크를 하회하는 성적을 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종목 리서치를 하면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만약 투자한 종목에서 손실을 입었을 경우엔 리서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자책한다.

 

하지만 학계의 많은 연구들과 SPIVA 조사는 ‘신의 한 종목’을 고르는 뛰어난 능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종목을 골라 투자하기 보다는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구성된 지수(index) 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말 기준으로 미국에서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5개 뮤추얼펀드를 살펴보면 전부 지수 펀드뿐이었다. 특정 종목을 골라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는 상위 25개 안에 한개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투자자들은 아무리 이런 연구 결과를 접해도 종국에 가서는 다시 ‘신의 한 종목’을 찾는 걸 떨쳐 버리지 못한다. 직장 동기 모임에서도 주식 얘기의 끝은 ‘신의 한 종목’ 찾기였다.

 

“그래서 5~6월엔 어떤 주식을 사야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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