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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컵밥거리'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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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2


 

"우리 매장을 먹여 살리는 건 '컵밥 거리'라 해도 과언은 아니죠."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일대 '컵밥거리'. 토스트나 볶음밥을 컵에 담아 파는 '컵밥'을 찾는 손님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장의 활기와 달리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컵밥거리를 인근으로 옮기겠다는 동작구청 입장 때문이다. 동작구는 그간 좁은 인도에 자리 잡아 통행을 불편하게 했던 노량진 학원가 '컵밥거리'를 오는 9월까지 사육신공원 맞은편에 새로 조성하는 '거리가게 특화거리'로 이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곳에서 2년째 핸드폰 매장을 운영하는 임모씨(32)는 "컵밥 거리가 없어지고 우리 매장마저 장사가 안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노량진의 명물 '컵밥 거리'가 이전된다는 소식에 인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컵밥 거리가 명소로 떠오르면서 누렸던 손님몰이 효과를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상가 상인들은 '노점상이 인근 상점의 장사를 방해한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컵밥집과 상생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화장품 가게나 휴대폰 대리점 등 젊은 층을 상대로 하는 업주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임씨는 "1~2년전부터 컵밥 붐이 일면서 매출도 크게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컵밥 거리 이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조모씨(23)도 "컵밥 거리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뒤 후식인 커피 매출도 늘었다"며 "이 소식을 지금 처음 들었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 앞에선 컵밥을 먹은 뒤 '1+1 간이매대' 등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종업원 류모씨(24·여)는 "컵밥거리에 위치한 화장품매장 5곳 모두가 주로 20~30대를 겨냥한 행사상품을 진열한다"며 "컵밥집 손님에 맞춰 일종의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씨는 "컵밥집에서 나오는 연기들로 유리창에 때가 껴서 벗기는 데 고생이긴 했으나 매출 생각하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며 "학생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까지 끌어모으는 컵밥집이 철거된다는 생각에 심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횡단보도 건너편 컵밥 거리가 옮겨갈 사육신공원 일대 상인들은 이전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컵밥집이 대거 옮겨 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나모씨(51·여)는 "여기는 해가 지면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죽은 거리가 된다"며 "노량진 컵밥거리가 많은 손님들과 돈을 몰고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식집 주인 최모씨(40·여)는 "컵밥거리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넘어오면 될 만큼 가까운 거리"라며 "기존 컵밥집들이 넘어오면 유입되는 손님들도 늘어날 텐데 우리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상인들의 희비가 갈렸으나 컵밥의 주 소비층인 학생들은 정작 이전될 지역으로 가길 꺼린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명소로 떠오른 컵밥 거리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김모씨(25·여)는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 시간과 돈을 절약하려고 컵밥을 먹는데 바쁜 와중에 누가 거기까지 가나"라고 말했다. 고시생 우모씨(24·여) 역시 "놀러오는 관광객들이야 호기심에 한번씩 들리겠지만 30분 남짓 점심시간에 컵밥을 먹으러 사육신공원까지 발품을 팔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편입준비생 김모씨(22)는 "없는 시간에 컵밥 먹고 커피 마시고 편의점 가서 필요한 것 사는 등 한 군데서 다 해결하는 게 컵밥 거리의 장점이자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 없이 관광객으로만 컵밥 거리가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노점상인들과 상가 상인, 학생 모두가 반대하는 이전을 왜 하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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