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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하나 잘못 써 6824만원 날린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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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9



#최씨는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4층짜리 근린주택 경매에 참여했다. 1층은 다이어트 가게와 음식점으로, 2~4층은 주택으로 임대돼 있었다. 옥탑방까지 합쳐 총 보증금 2억1500만원에 월 175만원을 받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지난해 2월 10억6636만원의 감정가로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2차례나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 대비 64% 수준인 6억8247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최씨는 최저입찰가보다 8200만원 높은 7억6450만원을 입찰가로 정하고 입찰기재표를 작성해 경매법정에 제출했다. 

낙찰받는다면 대출을 받지 않아도 3.8%가량의 임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최씨는 자신이 입찰한 아파트 물건번호가 호칭되자 숨을 죽였다. 이어 집행관이 호명한 낙찰자는 최씨였다. 하지만 낙찰의 기쁨도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입찰가격이 무려 76억4500만원이었던 것. 

최씨는 즉시 법정 앞으로 뛰어나가 사정을 설명했다. 최씨는 "입찰가를 실수로 '0'을 하나 더 썼다"며 매각 불허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단순 실수로 판단, 매각허가를 내렸다. 결국 최씨는 한 번의 실수로 입찰보증금 6824만원(최저입찰가의 10%)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최근 법원경매가 열리는 법정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입찰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얼굴이 상기되고 맥박이 빨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입찰표를 받아 들고 얼마를 써야 할지를 최종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입찰 참여자들이다. 

눈치를 살피다 현장분위기에 휩쓸려 즉석에서 입찰가를 급하게 수정하곤 한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니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펜을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기까지 한다.  

 

경매 입찰표는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낯선 양식이다. 한글로 금액의 단위가 적혀 있지만 칸이 좁아 밀려 쓸 가능성이 크다. 보통 때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극도로 긴장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칸을 잘못 보고 '0'을 하나 더 적는 것이다. 


실제로 최씨처럼 입찰가격을 적으면서 '0'을 하나 더 쓰는 실수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예전엔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명백한 실수라고 판단해서 불허 결정을 내리고 다시 경매를 진행하곤 했지만 이를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최근엔 단순 실수는 매각허가 결정이 내려진다. 

사소한 실수로 큰 재산상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끔은 '6'을 '9'로 잘못 써 낙찰받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재매각되는 경매 건수가 전체의 5~6%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막연히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문제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차라리 은행의 입·출금표 양식처럼 금액 전부를 한글로 쓰게 하고 괄호 안에 숫자를 병기하게 한다든지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현행 방식에선 응찰자가 입찰표를 내기 전 꼼꼼히 확인하고 주의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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