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M&A(인수·합병)을 이뤘지만 창업한 지난 4년간은 실수의 연속이었다"

한재선 퓨처플레이 CTO(최고기술경영자)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K-Global Re-Startup 컴백 캠프'에서 '내가 다시 창업한다면 이러진 말아야지'를 주제로 생생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넥스알(NexR)을 운영하며 저지른 실수 5가지를 소개했다. 이날 강연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주관했다.

한 CTO는 2007년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아이템으로 넥스알을 창업해 4년만인 2011년 KT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KT 넥스알 대표직을 맡다 지난해 테크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기업 육성 기관) 퓨처플레이에 합류했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다

한 CTO는 개발자 출신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개발에만 몰두하고 사업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짜는 데에는 미흡했다고 밝혔다. 창업 당시 팀원 15명이서 제품만 6가지를 개발했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지금 정말 해야 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것이 대표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라며 "개발·네트워킹·투자 유치 등 대표가 해야 하는 모든 일에 똑같은 시간을 투여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확실한 사업 기회에 쉽게 흥분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사업 제안이 왔을 때 쉽게 흥분한 탓에 실책한 사례도 소개했다. 한 대기업과의 미팅에서 서비스 개발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에 그는 당시 쾌재를 불렀다. 매출뿐만 아니라 레퍼런스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2달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 가져갔지만 대기업은 "다음에 연락주겠다"고 답변했다. 시장 상황이 변해 마음이 바뀐 것.

그는 "많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긍정적인 미팅 한 번에 쉽게 흥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 창업가답지 못한 태도다"라며 "대기업의 경우 일선 사원에서부터 임원까지 최종 사인을 받을 때까지 장애물이 많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사업 기회인 만큼 냉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때는 무턱대고 개발에 나서지 말고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외 다른 분야를 알지 못했다

대부분 개발자들이 모인 창업팀은 다른 분야의 사람을 채용할 때 막막함을 느낀다.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개발, 영업 등의 경우가 그렇다. 개발 외에는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 분야가 전문성이 확실한 만큼 각자의 문화도 뚜렷해서 그냥 채용했다가 회사의 내부 분란이 일어난 적도 있다고 한 CTO는 전했다. 그는 "각 분야의 문화와 DNA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기 매출에 급급했다

창업자들에게는 통잔 잔고를 유지하는 게 일생일대의 과제가 된다. 그러다 단기적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용역 개발이나 정부 과제 등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장기적인 전략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한 CTO는 말했다. 그는 "단기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데에만 몰입하지 말고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용역을 맡는 팀과 미래 전략을 위한 팀으로 나눠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회사가치를 올리는 고민을 못했다

한 CTO는 스타트업의 정의가 급격한 성장(J커브)을 이루면서 3~5년 내에 엑시트(자금회수)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고 한다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다른 회사가 우리 회사를 인수해야 할까', 'IPO(기업공개)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 매출을 얼마나 올려야 하나' 등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데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짜 놓고 우리가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