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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어머니위해 '배달 알바' 소년, 경찰과 '인생 첫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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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3


시간여행 중 레일바이크를 타는 모습.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 News1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려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A(17)군. A군은 알콜중독인 어머니 대신 외삼촌의 손에 자랐다. 

 

중학생 무렵 처음으로 가출한 A군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훔치는 등 비행을 일삼았다. 또 외삼촌집과 아버지집, 할머니집을 옮겨다니는 과정에서 학교에 꾸준히 나가지 않아 학적이 없어지면서 A군은 중학생 때 자연스럽게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송파경찰서 유종수 경사는 2012년 봄, 경찰과 소년범 관계로 A군을 처음 만났다. A군이 경찰서를 자주 드나들면서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유 경사는 "A군 스스로 경찰서에서 열 번도 넘게 조사받은 걸로 기억하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동안 경찰서를 드나들던 A군이 유 경사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은 지난해 봄.

    

유 경사는 "소년범에 전과가 자꾸 쌓이면 선도하기 힘들어 청소년계에서 취급을 하지 않는다"며 "A군은 지난해 봄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휴대폰을 훔쳐 형사과에 구속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절도로 구속된 A군은 7개월 동안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동보호치료시설에서 지내야 했다.

    

유 경사는 올 초 학교 순찰을 나가던 길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A군을 우연히 다시 만나 여행을 제안했다. 이 여행은 A군 인생의 첫 '여행'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둔 지난달 18일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함께하는 2박3일간의 '시간여행'을 계획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존감을 형성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획된 여행이다. 이날 멘토들과 함께 떠난 학교 밖 청소년들은 35명. A군은 이들 중 하나다.

    

현재 A군은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생활 중이다. 하루 12시간씩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와 암투병 중인 어머니의 치료비를 벌고 있다. 유 경사는 이런 A군이 기특하다고 칭찬하며 "A군이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하나씩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이 모두 A군처럼 학교 밖에서의 삶을 위한 기회를 잡았던 건 아니다.

    

올해 초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겠다며 사라진 김모(18)군과 지난 3월 서울 봉천동 모텔서 숨진 채 발견된 여중생 한모(14)양 그리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차량 안의 금품을 훔쳐 상습절도 혐의로 5월 금천경찰서에 구속된 이모(17)군.

    

겉보기에 전혀 달라 보이는 이 세 사람에게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청은 학교 밖 청소년을 약 28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청소년 범죄자 7만8794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이 3만4403명이다. 서울의 경우도 청소년 범죄자 1만4477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은 6319명. 이들은 전체 청소년 713만명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청소년 범죄 전체의 43.7%를 저지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유형이 주로 절도와 폭력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무면허 운전과 성매매 등 특별법 위반도 뒤를 따른다.

    

물론 청소년이 학교 밖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와 가정을 동시에 떠난 청소년은 생존을 위해 범죄로 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 한양처럼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 달에도 관악경찰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금품을 빼앗은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점차 늘어나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에 경찰청은 시간 여행을 다녀온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업과 진로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하반기에도 시간 여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경찰청은 지난달 말 대한피부과학회와 청소년의 문신을 무료로 제거해주는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지난달 신청자가 이미 150명에 달한 '사랑의 지우개' 프로그램은 이달 19일까지 1차 신청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모두 문제아는 아니다"라며 "위험도가 높은 일부 청소년들을 발견 및 설득·관리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청소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할 것"이라며 "더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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