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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가 '맛없는' 음식만 찾아다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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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8


 

 

"은행 알을 밟아 짓뭉갰을 때 나는 냄새에 고등어 즙을 뿌리고 대변까지 더한 냄새…"

 

맛없기로 소문난 스웨덴 청어 통조림 수르스트뢰밍에 대해 발효학자이자 음식 탐험가인 고이즈미 다케오가 서술한 묘사다. 냄새 강도를 측정하는 기계인 앨러배스터로 재본 결과 수치는 8070. 숫자가 클수록 냄새가 강한 것인데 신발 안쪽 냄새(187)나 홍어회(6230)와 비교하면 악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먹을 때 지켜야 할 주의사항도 있다. 뚜껑을 따는 사람은 버려도 되는 옷을 입어야 하고 집 밖에서 개봉하라는 것. 바람 부는 방향에 사람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수르스트뢰밍이 악취를 풍기는 이유는 깡통에서 2차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보통 통조림 음식은 1차 발효 후 가열·살균해서 미생물을 사멸시킨다. 하지만 이 과정 없이 깡통 안에 청어를 넣어 미생물이 격렬하게 발효해 '지옥의 통조림'이란 별명을 얻게 된 것.

 

저자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겪은 맛없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다만 악취가 나고 비린 맛 나는 것만 맛없는 음식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반 식당에서 먹은 소고기에서 겨드랑이 냄새에 치즈 냄새가 섞인 누린내가 나는 경우가 그렇다. 알고 보니 이는 거세하지 않은 씨수소에서 나는 냄새로 이런 소고기는 대부분 가축 사료로 만드는 데 쓰인다.

 

그는 묘사한 치킨은 튀김옷이 두껍고 딱딱해서 씹으면 입 안 여기저기를 들쑤셔 아픔이 느껴질 정도다. 치킨을 집은 손가락에는 오래된 기름 때문에 끈적끈적하고 고기는 고무 조각을 씹는 듯하다. 평생 좁은 닭장에 갇혀 사료만 먹고 기른 닭(브로일러)은 육질이 떨어져 화학조미료 등 여러 가지를 첨가하고 두꺼운 밀가루를 입혀 원래의 닭고기와는 전혀 다른 맛으로 변한다는 것. 밖에 풀어 놓아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한 토종닭은 담백하고 깊은 풍미가 있고 달콤한 맛까지 난다고 전했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파는 국이나 각종 반찬도 맛없는 음식으로 꼽혔다. 심지어 김치에도 화학조미료의 일종인 MSG를 첨가해서다. 원래 감칠맛이란 가쓰오부시나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에서 맛국물로 뽑아낸 것인데 이를 MSG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 획일적으로 인공 감칠맛을 첨가한 음식은 미각 문화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책은 맛없는 음식 안에 숨어있는 우리 세상의 모습을 분석하고 요리하는 사람의 정상과 마음이 사라진 세태를 지적하고 있다.

 

◇'맛없어?'=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 사과나무 펴냄. 235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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