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뒤 배경
뉴스이미지
"실업자 넘쳐나는 미래, 아이에게 '이것' 가르쳐라"
페이스북

2015-05-13


 

 

"내 아이는 커서 ○○이(가) 됐으면 좋겠네." 

 

대부분 부모는 빈칸에 의사, 변호사, 외교관 등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을 집어넣곤 한다. 이들 직업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될 20~30년 후에도 그럴까. 

 

미래학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대표의 대답은 '노(No)'다. 박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30년만 지나도 의식주가 무료화 되고 무상교육이 보편화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뛰어넘어 미래학자들조차 예측이 불가능한 2045년이 되면 성공의 기준, 연봉, 사회적 지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니투데이 '모두다인재'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1년 가까이 성공의 기준을 △명문 학교 △높은 연봉 △사회적 지위 등이 아닌, △적성찾기 △경제적 자립 △사회적 기여 관점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해 왔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부합하는 인터뷰이들을 발굴해 소개해 왔다. 많은 호응과 반향을 통해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성공의 기준'이 미래에는 어떻게 바뀔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미래에도 명문대, 대기업을 위해 미친 듯이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답을 줄 수 있는 미래학자들을 수소문한 끝에 박영숙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약 20여개 미래 관련 국제기구의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미래예측전문가다. 그가 한국지부 대표로 있는 유엔미래포럼은 유엔 및 유엔산하 연구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빈부격차, 물 에너지 부족, 인구절벽 등 미래에 일어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박 대표가 예측하는 30년 후는 SF영화의 한 장면과 유사하다. 3D프린터로 만든 집에서 살고, 저절로 세탁이 되는 '나노 옷'을 입고 외출한다. 무인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며, 내 질병도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신해 진단해 준다. 이런 첨단기술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미래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 큰 흐름을 설명해 달라. 

▶2030년이 되면 의식주에 필요한 것들이 무료로 많이 공급될 것이다. 3D프린터로 옷, 음식, 집까지 손쉽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가 아니다. 이미 3D프린터로 집을 짓는 일은 현실화되고 있다. 상하이에 위치한 기업 '윈선 데코레이션 디자인 엔지니어링'은 3D프린터로 건물을 지어 팔았다. 가격은 1채당 4800달러(약 520만원) 수준이다.

 

교육은 무료화되고 대학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TED, 코세라, 칸 아카데미 등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강의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다. 인터넷 교육이 보편화되면 학벌이 무의미한 시대가 올 것이다. 실제로 동영상을 통해 대학 강의를 듣는 문화가 퍼진 인도에서는 학사 졸업장이 없는 15세 소년도 취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120~130세까지 연장될 것으로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이 예측한다. 각종 유전자 정보시스템은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예방한다. 전문가들은 2025년쯤이면 인간의 장기 78개 이상이 3D프린트로 생산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출산율은 낮아져 세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특히 신생아 수가 적고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인 한국은 '소멸위기 1위' 국가다.

 

-직업 세계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신기술은 계속해서 실업자를 양산할 전망이다. 드론, 무인자동차로 인해 운전관련 직업부터 교통경찰, 자동차보험 판매원 등이 사라질 것이다. 3D프린터는 다양한 제조업 기술자를 실직자로 만들 수 있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은 기자, 의사, 심리치료사, 통번역가, 고객상담원, 심리학자 등 다양한 직업군을 대체할 수 있다. 

 

반면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현재 부상하는 산업은 대부분 첨단기술 산업이나 디지털 산업이다. 특히 두 개 이상의 신기술이 융합해 일어나는 변화가 가장 파괴적이다. 합성생물학,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3D프린트 분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개인을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는 평생 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미국인은 평생 11개의 일자리를 거치는데, 일거리가 더 유연해지는 미래에는 한 사람이 거쳐 갈 일자리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새로운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종류는 끝없이 늘어나기 때문에 계속 재교육을 받지 않으면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때문에 창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업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는 대신 1인 기업 설립, 또는 가내수공업 체제를 택할 것이다. 3D프린터가 보급되면 각자 집에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창업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되 필요하면 동업자를 구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스티브 잡스와 래리 페이지는 창고에서 애플과 구글을 각각 만들었다. 제2, 제3의 구글을 꿈꾸는 창업자가 무수히 늘어날 것이다. 

 

-기술 발전만으로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문화적 저항 등으로 인해 사회 변화가 나타나지 않거나 늦춰질 가능성은 없나. 

▶과거를 돌아보면 단기간 내에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의 예를 들어보겠다. 자동차는 운송수단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마차를 완전히 소멸시켰다. 1900년 미국 뉴욕 5번가를 찍은 사진을 보면 도로 위를 지나는 모든 운송수단은 마차였다. 하지만 불과 13년 뒤인 1913년에는 자동차가 도로 중심을 차지했고 마차는 구석으로 밀려났다.

 

물론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도 마차협회, 마부협회, 말똥수거협회, 죽은말수거협회 등이 공장으로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시대는 결국 도래했다. 거부하는 부류도 있지만 대세는 자동차를 택했다. 비슷한 추세가 반복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나. 

▶특정 직업에 필요한 기술 대신, 창의성과 의사소통능력 등 직업을 가지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가르쳐야 한다. 또 뇌가 성장하는 18~19세 이전까지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러 명이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프로젝트성 수업이 학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반면 인문학 수업은 인터넷을 통해 혼자 배울 수 있으므로 20대 이후로 미뤄도 된다. 

 

대학 입학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기존 대학은 신기술을 가르치기 힘든 환경이다. 대학에서 한 가지 학문을 깊이 있게 2~4년씩 가르치는 동안 세상이 변해버린다. 기술 변화를 따라가려면 3개월 정도의 훈련으로도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 다빈치연구소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3개월간 최신 지식을 가르친 후 곧바로 일자리와 연결해주는 '마이크로 칼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영어 교육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최신 지식을 토해내고 있다. 물론 동시통역 기술도 발달하고 있어 언어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1억명 이하의 인구가 사용하는 독일어보다는 공용어인 영어를 배우는 편이 미래사회 적응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학자로서 자녀의 진로교육은 어떻게 했나.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아들이 어릴 때만 해도 나는 보통의 한국 부모와 다를 바 없었다. 하루는 남편에게 '아들이 변호사와 의사 중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정신과 예약해 놓을테니 가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웃음) 남편은 미국인이라 한국식 교육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아이가 컴퓨터공학,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미래사회와 관련 있는 전공을 택하길 바랐지만 남편 뜻에 따라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공부하고 스스로 재능을 찾도록 놔뒀다. 그랬더니 한국, 미국 등지에서 학사 졸업장을 3개나 취득하더라. 국제협력학 등 다양한 전공을 접해보더니 마지막엔 미국 오레곤주립대학 컴퓨터공학 온라인과정을 통해 코딩을 공부했다.

 

아들에게 내가 해준 거라곤 운영하는 한국수양부모협회로 찾아온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해준 것밖에 없다.(박 대표의 또 다른 직함은 한국수양부모협회장이다. 그는 "인구절벽 문제를 코앞에 둔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연간 수 천명"이라며 "출산 장려와 함께 버림받은 아이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협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들은 입양되기 전까지 협회에 위탁된 다양한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사회성을 길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자녀에게 창의성을 키워주고 싶다면 다른 나라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해 줘라. 요새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 트렌드가 있는데,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면 우리나라가 다문화 국가가 돼야 한다. 다양한 문화를 접해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처음 알래스카 공항에 내렸을 때 본 광경이 아직도 충격적으로 남아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 날아 온 외국인들이 환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이는 얇은 반팔 티셔츠, 어떤 이는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는 이게 다문화국가를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생각을 하다보면 새로운 것이 안 나온다.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라.

 

 

◆박영숙 대표는…

 

1955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박영숙씨는 경북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어 교사로 재직했다. 그 후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대에서 영화제작 공부를,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에 돌아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박 씨는 영국거주 당시 정부 산하 미래청에 근무하게 되면서 미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 지부 (사)유엔미래포럼 대표인 그는 현재 세계미래회의 등 약 20여개 미래 관련 국제기구의 한국 대표 및 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 대표를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한 영국대사관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대사관에서 공보 담당으로 25년 가까이 근무해 외교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해외 각국에서 활동하던 그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다른 사람의 아이를 키우는 일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던 그는 1998년 한국수양부모협회를 만들었다. 한국수양부모협회는 1999년 5월 24일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은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요보호 아동의 무료 가정위탁기관이다. 위탁기관, 위탁부모, 위탁아동, 친부모(위탁의뢰자)로 이뤄진 4주체의 지위 및 권한 보장에 힘쓰고 있다.

 

(대담 : 최중혁 사회부 교육팀장, 사진 : 이기범 기자, 정리 : 최민지 기자, 모두다인재 김현정 기자)

 

머니투데이

[관련뉴스]

공원에서 성관계 할 때 주의사항은? 덴마크의 이색 규칙

일본 젊은 세대가 섹스를 하지 않는 이유

알몸 보고싶어…여장하고 탈의실 침입한 20대

女 탈의실·화장실 140여명 몰카 찍어 금품요구하다 덜미

잡귀 쫓아주겠다 갈비뼈 6개 부러뜨린 무속인

목록

인기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