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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친척집으로…'메르스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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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5




#1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3·여)는 최근 2살 딸아이를 친정집에 내려 보내기로 결정했다. 인근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나왔다는 '찌라시'(정보지)를 받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대부분 강남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주말쯤 딸아이를 시골 부모님께 보내 당분간 친정집에 둘 계획이다. 시골이라 대형 병원도 없으니 피신해있기 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정모씨(39)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장인·장모를 서울 성동구 집으로 지난 2일 모셨다. 정씨는 "첫 사망자가 나온 다음날 바로 오시도록 했다"며 "경기도 일대가 '메르스 벨트'인 것 같아 기세가 한풀 꺾일 때까지 만이라도 서울에 와 계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35명을 넘어서며 단순한 불안 심리를 넘어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기와 대전에 이어 4일 밤 심리적 안전지대였던 강남에서 메르스 확진 판결을 받은 의사가 사흘간 2개 대형행사에 참석하는 등 외부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메르스 엑소더스(대이동)'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찾은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초등학교 휴업으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C영어학원 관계자는 "대치동 아줌마들 등쌀에 초등반은 이번주 일요일까지 쉬기로 결정했다"며 "떠도는 말들이 근거없는 루머라고 생각하지만 학부모들 우려와 학생들 건강을 위해 휴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교를 결정한 대치초등학교 6학년 민모양은 "학교가 휴업한 김에 전부터 계획하던 가족 유럽 여행을 앞당기기로 했다"며 "엄마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빨리 떠나버리는게 안전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감염자 숫자가 증가 추세라도 35명에 불과해 판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실제 상황에 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믿을 수 없는 정부 발표와 이 틈을 타고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찌라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전염력이 낮다''3차 감염 가능성은 낮다''전파 가능한 모든 접촉자를 관리하고 있다'며 안심할 것을 당부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 내용을 뒤집는 사실들이 확인됐다.

 

공식적인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와중에 확인되지 않는 정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빛의 속도로 흘렀다. '찌라시'들은 지역과 병원명, 메르스 환자 숫자, 목격담을 상세히 서술하며 특정지역을 위험지역으로 확정졌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찌라시를 믿는지 여부를 떠나 커져가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평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진 특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감염이 이뤄졌을 뿐 지역사회감염으로 확대되진 않았다"며 "감염이 발생한 패턴이나 숫자를 봐도 그렇고 전문가들도 지역사회 감염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며 발생지역에서 다른 지역에서 옮기기까지 하는 것 역시 과도한 대응"이라며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유사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보건소에 상담이나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합리적 우려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대비 메르스 감염자 숫자를 생각하면 감염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면서도 "높은 치사율을 감안하면 걸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합리적 우려가 전파되는 수준이지만 정보 비공개와 괴담 처벌로만 일관한다면 비합리적인 공포가 확산될 수 있다"며 "책임있는 당국자가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과 현재 대응 내역을 공개하고 국민들이 정부 대응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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