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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사랑' 낸 김홍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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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6


 

 

서울 서초동에서 31년의 세월을 보낸 김홍신(68) 작가의 자택은 수리 한번 한 적 없는 듯 아날로그 향기로 가득했다. 1층 안마당에 놓인 작은 정원, 삐걱거리는 2층으로 연결된 계단과 책 냄새 물씬 풍기는 서재가 30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이 기억 속에서 49세의 아내를 잃었다.

 

"젊어서부터 아팠던 아내의 죽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살아있을 땐 몰랐던 애틋한 감정, (죽고 나니) 그게 생기더라고요. 마당의 잡풀도, 집안의 개미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죠."

 

인생의 종점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곱씹었다. 행복? 자유?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다. 육신이 비틀어질 만큼 지독한 사랑 한번 해보지 못하고 늙어가는 것처럼 후회스러운 일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움직였다.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 그대로를 글로 원없이 표출하고 싶었다.

 

“지난 3년간 하루 12시간 넘게 글을 쓰면서 또다시 병이 도지는 트라우마가 시작됐어요. 전신에 마비가 오고 요로결석과 피부병도 얻었죠. 그런데 그것보다 더 참기 힘든 건 정말 영혼을 불사를만한 사랑 얘기를 표현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더라는 거예요.”

 

‘단 한 번의 사랑’(해냄)은 그렇게 태어났다. 영혼 어딘가에 감금돼 잠시 잊었던 절절한 사랑에 대한 호출이자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기위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용기였다.

 

2007년 대하소설 ‘대발해’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은 20대 뜨거운 사랑을 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만난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렸다. 국내 첫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을 내놓은 이후 주로 사회와 국가 문제 등 굵직한 서사시에 주목했던 그가 사랑의 언어로 수놓인 감성 작품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주요 테마인 ‘사랑’에서도 사랑을 둘러싼 추악한 사회적 배경과 날조된 역사 등이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어두운 시선으로 밀착돼 있다. 작품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40대 유명 여배우 강시울이 재벌 2세 조진구와 이혼을 발표하고 첫사랑 홍시진과 함께 살고 싶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다.

 

여배우의 파격적인 기자회견도 놀랍지만, 그의 결혼이 협박과 감금이라는 ‘강제’된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비밀도 예사롭지 않다. 작가는 “사랑 얘기는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것”이라며 “계산되지 않은 절절한 사랑은 죽음과 같은 ‘절대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여배우의 ‘절대 조건’ 중 하나가 강제된 결혼의 비극성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비현실적이지 않느냐고 묻자, 작가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오랫동안 강제된 삶을 지속해왔어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여성이 폭력에 대한 대응구조를 갖춘 적이 있나요? 지금도 사랑 없이 결혼한 사례가 꽤 많아요. ‘인간시장’ 쓰기위해 취재하면서, 또 국회의원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모으면 소설보다 더 기가 막히게 ‘당하고’ 결혼한 사람이 적지 않아요. 연예계나 재력가쪽에선 강제로 결혼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옛날 얘기가 아니라 오늘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얘기란 뜻입니다."

 

친일파가 독립유공자가 되고, 돈으로 진정한 사랑을 사는 것처럼 포장된 현실은 작가의 의정활동이 잉태한 증거들이다. 작가는 "계산과 허위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런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 소설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그대는 나즈막히’라는 노래에서 ‘세상에 어떤 인연은/변하지 않을지도 몰라~’라고 노래했고, 김홍신 작가는 ‘단 한 번의 사랑’이라는 투박하고 식상한 제목을 통해 사랑의 진가를 얘기했다. 어쩌면 희소성의 가치로 남을, 이런 사랑을 만나는 일 자체가 축복인지 모르겠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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