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안하는 아이 공부시키기, 밥 안먹는 아이 밥 먹이기..어느 것이 더 힘들까.

오십보 백보이겠지만 경험해본 부모말을 종합해보면 밥 안먹는 아이 밥먹이기가 보통 일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밥그릇 들고 쫓아다녀도 한숟갈 먹이기 힘들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혹시 다른 습관이나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아이가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분위기와 식단을 만들어 그저 눈물겹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의의 지적이다. 

◇ 너무 안먹어 탈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맘 김미영(가명)씨가 그렇다. 7살 아들 형진(가명)이 때문이다. 하나뿐인 아들인 형진이는 도통 밥 먹을 생각이 없다. 옆집 부모들이 자녀 비만을 걱정하는 게 부러울 지경이다. 또래보다 키가 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렇다고 먹기를 강요하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미영씨는 형진이와 외식 한 번 하는 게 소원이지만 주치의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라"고 신신당부했다. 

아이는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꾸준히 성장한다. 당연히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곡류, 어육류, 유제품, 유지류, 과일·채소를 골고루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그 수고스러움은 오롯이 부모 몫이다. 형진이처럼 음식을 거부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밥 먹기를 귀찮아해 부모 속을 썩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속상한 마음에 '밥을 깨작깨작 먹는다'고 혼내기보다는 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유도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의 조언이다.   

아이가 성장부진 진단을 받았다면 하루 권장량보다 20~30% 많은 칼로리로 구성된 식단을 짠다. 고기, 생선, 계란, 콩 등 단백질 음식은 권장량의 100% 이상을 먹도록 신경 써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혜란 교수는 "고열량 식단과 함께 혹시 질환에 의한 원인이 아닌지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며 "비타민과 미네랄 결핍 상태를 교정하는 처방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너무 많이 먹어 탈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53세 이철영(가명)씨는 음식을 탐내는 여섯 살배기 늦둥이 딸의 비만이 걱정이다.

주위에서 '너무 뚱뚱하면 키가 잘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독하게 마음을 먹는데도 간식을 달라고 보채는 아이 앞에 다짐을 어기기 일쑤다. 다음에는 '독하게 나가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이 유지될지 자신이 없다.

이럴때는 전문 상담을 통해 아이의 식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을 경주해야한다는 것이 전문의의 지적이다. 자극적인 고칼로리 음식을 주지 않으면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이 배우는 소아과학 교과서 서문에는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고 적혀 있다. 어른 시각에서 아이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자극적인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찾는 아이 모습은 전적으로 부모 탓이 크다는게 의료계 진단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 식습관에 소홀했던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한다는 것이다. 

햄버거, 피자 같은 고열량 식품에 길들여진 아니는 소아비만 위험이 매우 높다. 소아비만에 걸리면 아이 건강을 해칠뿐 아니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햄버거 1개 열량은 최소 270키로칼로리(kcal)이며 생크림 케이크는 244kcal다. 라면은 무려 610kcal에 육박한다. 이는 소아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양혜란 교수는 "식습관 문제는 성장기 아이에게 영양불균형과 성장 장애를 초래한다"며 "아이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고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갖고 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마다 음식 선호도가 다르다는 것을 부모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식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보이면 칭찬을 통해 보상하고 건강식 위주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