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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텍사스·청량리588 완전폐쇄? "진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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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8


 

지난 7일 밤 10시. 서울 지하철 천호역을 나와 A백화점 뒷골목으로 올라가다보니 음식점들 사이로 으슥한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이라는 거대한 팻말이 붙어 있었다. 팻말 뒤로 가득한 붉은 불빛들은 이곳이 일명 '천호동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집창촌)임을 말해줬다.


30곳 이상의 윤락업소가 불을 켜고 영업 중이지만 지나가는 남성들은 1시간여 동안 10여명에 불과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유리문 너머로 드문드문 지나가는 남성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했다. 호객하는 여성의 목소리엔 조급함이 묻어났다.

몇몇 업소는 아예 문을 닫았고 '임대문의' 쪽지를 붙여 놓은 곳도 있었다. 업소를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여사장은 "예전에는 주말이면 남자들이 줄을 섰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뉴타운 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가게들이 반 이상 없어졌다"며 "여기도 곧 철거된다는데 지켜봐야 알지"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를 완전 폐쇄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돌아본 서울 시내 성매매 집결지에는 쇠락의 기운이 역력했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정부의 실적 위주의 단속 정책이 성매매를 보다 음성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집결지 내 윤락업소는 2010년 1806개에서 2013년 1858개로 2.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성 종사자수도 4917명에서 5103명으로 3.8% 늘었다. 다만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에 조사한 2002년과 비교하면 업소·종사자수 모두 36~44% 가량 감소했다. 

현재 청량리, 영등포, 천호동, 미아리 등 서울 4곳, 전국적으로 24곳의 성매매 집결지(10개 업소 이상 밀집지역)에서 윤락업소들이 집단 영업을 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청량리588'로 불리는 청량리역 근처 성매매집결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골목마다 20~30곳, 총 100곳 남짓한 가게가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한 때 이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만 500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한 집 걸러 한 집이 문을 닫아걸어 3분의 1도 안 남은 상태다. 

골목마다 5~6명 남짓한 남성들이 돌아다니며 여성들과 흥정을 하고 있다. 속옷만 걸친 채 남성들을 호객하는 여성들이 적잖지만 예전처럼 손을 낚아챈다든가 업소 안으로 이끄는 적극적인 호객행위는 사라졌다. 호객꾼 역할을 하는 아주머니들도 서너 마디 말을 거는 정도다. 경찰 단속 탓이다. 

이곳에서 오랜 기간 호객일을 했다는 김모씨(70대·여)는 "여기도 재개발한다고 없어진다는데 요즘 손님도 엄청 줄어서 근근이 굴러가는 것 같다"며 "없어지면 여기 아가씨들도 다른 데로 옮겨간다고들 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과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전국 24곳의 성매매 집결지를 철거하는 작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선 집결지 폐쇄에 따른 성매매 음성화와 여성 종사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생계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표면적인 성과에만 치중한 허술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실제 집결지 내 성매매 업주와 여성들은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천호동에서 10년째 업소를 운영 중인 김모씨(58·여)는 "요즘엔 인터넷만 들어가도 즉석만남 같은 게 얼마나 많은데 여기는 눈에 띈다는 이유로 단속해대니까 점점 더 은밀한 데로 숨어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 20대 여성은 "여기는 차라리 대놓고 영업하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올 사람만 오는데 강남 오피스텔 이런 데는 일반 사람들이 사는 곳에 숨어서 장사를 한다"며 "진짜 문제는 이런 업소들인데 집창촌 없앤다고 해결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를 찾은 안모씨(49)는 "예전에는 오피스텔, 키스방, 귀쑤시개방이니 이런 것들이 없었는데 집창촌을 자꾸 단속하니까 그런 데로 다들 빠져나갔다"며 "생계대책도 없이 무조건 밟으면 풍선효과밖에 더 나타나겠냐"고 지적했다.

경찰은 성매매를 단속하면 할수록 음지로 파고드는 특성 때문에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결지만 폐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지원, 도시계획 등 종합적인 면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9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 성매매특별법 위헌심판 공개변론에는 성매매 집결지 강력 단속에 앞장섰던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은 성매매 여성 측 참고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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