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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에 목숨 건 질주… 사각지대 몰리는 '배달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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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7


최근 2~3년 사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배달대행업체'가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울시내 배달 중인 배달대행업체 배달원. / 사진 = 김평화 기자

 

 

유일한 가족인 부친이 암으로 투병중인 추영준(19·가명)씨는 지난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매일 배달 아르바이트(알바)를 했다. 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기위해선 하루라도 쉴 수 없었다.

 

배달 횟수에 따라 수수료 명목으로 2000원 가량을 받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추씨는 3일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월21일에도 어김없이 출근했다.

 

이날 오후 9시쯤 추씨는 평소처럼 배달주문을 받아 오토바이에 올랐고 배달을 여러건 뛰면 뛸수록 하루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빗길에도 속도를 멈출 수 없었다. 서울 영등포구 오목교를 지나던 추씨의 오토바이는 결국 빗길에 미끄러졌다.

 

반대편 차로로 튕겨나가 마주오던 승용차에 깔린 채 7~8m나 끌려간 추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입원 중인 추씨의 부친은 보호자 없이 이동이 불편했고, 추씨 빈소를 찾는 친척들의 발길도 거의 없었다.

 

최근 음식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생기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배달원들의 목숨을 건 곡예운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어 신속한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알바하러 갔더니 "사업자 돼라"… 배달 환경은 더 악화

 

2011년 안전상의 이유로 폐지됐던 프랜차이즈업체들의 '30분 배달제.' 하지만 최근 2~3년 새 배달대행업체들이 생기면서 상황은 보다 악화됐다. 배달원을 고용하는 대신 배달대행업체에 배달 1회당 4000~5000원의 수수료만 지급하는 '외주' 형태가 확산되면서 배달환경이 더 열악해진 것. 

 

배달대행업체는 업주로부터 받은 수수료 중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4000원까지 배달원에게 지급한다. 문제는 배달대행업체의 고용형태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원을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배달원으로 고용하면 사고나 보험 등 모든 책임을 회사에서 져야하지만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으면 이런 책임이 고스란히 배달원에게 전가된다. 사고를 당해도 '노동자'라는 법적 지위가 없어서 법적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

 

오토바이도 배달원 소유의 것을 이용토록 하고, 없을 경우 하루 6000~7000원에 대여료를 받는다. 대행업체는 배달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줬을 뿐이니, 기름값도 배달원의 몫이 된다. 

 

길을 헤매거나 실수로 늦어서 배달이 늦어져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 등도 모두 배달원의 책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알바들은 짧은 시간에 배달 횟수를 늘리기 위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곡예운전을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F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한 배달원은 "배달을 많이 하면 돈을 많이 받는 시스템이니 어쩔 수 없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일 하지만 종일 일해도 떨어지는 금액은 6만~7만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배달이 늦게 온다며 취소되는 경우도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며 "능력 좋은, 즉 빠르게 배달 잘하는 알바들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배달 앱 인기에 외주화 가속… 10대가 대부분, 정부 "해법 없다"

 

특히,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배달앱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업주들이 인건비를 줄여 악화된 수익을 보존하고자 배달을 대행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업주는 "배달원을 고용하면 월급을 포함해 보험처리 등 복잡한 게 많다. 경쟁도 치열하고 배달앱으로 수익도 줄어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면 수수료만 지급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것이 적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배달원 상당수가 10대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민단체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10대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배달이나 편의점 등 국한적인 상황에서 배달대행업체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볼 수는 없으나 대부분 10대들이 일하는 배달 업체의 문제는 청소년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업주들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법의 사각 지대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배달대행업체가 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고용·청소년 등 어느 한쪽의 문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뾰족한 수를 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배달을 외주화 하는 것 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이렇다 할 처분을 내릴 수도 없다"며 "현재로선 이런 문제를 토로하는 배달원이나 청소년들에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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