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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시신 포기합니다"…무연고자의 마지막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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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6


 

 

지난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장. 화장이 마무리 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한줌 재로 변한 무연고자 김모씨의 유해를 수습하는 화장업체 직원 A씨의 모습은 차분하고 정중했다. 


A씨의 손길은 김씨의 유해가 담긴 세라믹 유골함처럼 냉철했고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유골함이 다시 열리지 않도록 단단히 봉인한 스카치테이프처럼 실용적이었다. 병마와 싸우다 홀로 죽어간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그렇게 사무적이었다. 

이날 승화원에서는 시신 10구가 화장됐다. 그 중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거나 전혀 연고를 찾을 수 없는 무연고 시신이 3구였다. 김씨의 동생은 형의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40년 넘게 연락이 끊긴 형입니다. 남과 다름없는 사이입니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할 상황이 아니므로 사체 인수받기를 포기하겠습니다." (김모씨의 '시체처리 포기 위임서' 내용)

유일한 연고였던 동생의 시체처리 포기 위임에 따라 이날 김씨의 시신이 담긴 관은 화장로로 옮겨졌다. 영정사진 한 장 없는 무연고 시신이 담긴 관은 운구차에 실려 화장로 안으로 들어갔다. 

돌보는 사람 없이 고독하게 숨진 이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눈물 한 방울, 곡소리 한 소절의 배웅도 받지 못했다. 영정사진과 위패를 품은 유가족이 앞장서고 허망한 표정의 조문객들이 뒤따르는 다른 시신들에 앞자릴 내줘야 했다.

시신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데 1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김씨의 유족들이 대기하도록 마련된 고별실은 텅 비어 적막만이 흘렀다. 옆 고별실에서 들려오는 유족들의 오열 소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며칠 전에도 구청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한 무연고 남성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보통 수급자가 사망하면 구청에서 가족을 찾아 가족에게 75만원을 내주고 모든 장례비용까지 다 부담하거든요. 그런데도 가족들은 포기하는 거예요. 밀린 병원비가 1000만원이 넘게 나오는 데 75만원 받자고 누가 시신을 인계 받겠어요. 더군다나 같이 살아 온 것도 아닌데" (화장업체 관계자) 

 

무연고 유해는 파주시 용미리에 위치한 '무연고 추모의 집'으로 향했다. 이곳은 추모가 아닌 유골함 보관을 위한 공간이다. 칸칸이 구분된 철장에 유골함을 넣으면 모든 절차는 끝이 난다. 


무연고 처리되는 시신은 거의 대부분이 병사이며 이 가운데 80%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다. 지난해 서울시에 신고된 무연고자 시신은 299구에 달했다. 2013년 285구, 2012년 247구에 비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시신이 무연고 처리되는 경우는 가족이 시신을 포기하는 경우와 연고가 아예 없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연고자는 시신을 처리할 의무가 있지만 포기를 원하는 경우 '시체처리 포기 위임서'라는 일종의 각서를 작성해야 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한번 시신을 포기하면 유족들은 화장 처리 비용 부담을 덜지만 유골에 대한 권리도 없어져 나중에 찾아가고 싶어도 찾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고가 아예 없어 '무연고 추모의 집'에 들어간 유해는 최대 10년간 아무도 찾아가는 이가 없으면 집단 매장되거나 산골(유골을 분골해 뿌리는 자연장의 한 종류)된다. 이 경우엔 화장이 끝난 뒤 구청에서 전국에 보급소를 둔 일간지에 공고를 내 마지막으로 유족의 연락을 기다린다.

김씨는 산골 혹은 집단매장의 그날을, 나머지 2인의 유해는 혹여나 찾아올지 모를 가족의 연락을 기다리며 이날부터 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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