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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전쟁' 민속촌 오디션 가보니..'서당 개'도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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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5


 

 

#"기생 옷 10벌이 맞지 않아 거지를 하고 있습니다…한 푼 줍쇼!"


봄볕이 내리쬐던 화이트데이에 '여자 거지' 최은영씨는 길바닥에 냅다 드러누웠다. 누더기를 걸친 채 "나도 기생 하고 싶다"고 한탄하는 최씨의 모습은 영락없는 거지였다. 구걸을 위해 신발마저 내던진 그는 관람객들을 향해 당차게 양철통을 내밀었다. 

한 관람객은 최씨를 보며 "서울역 대합실 데려다 놓으면 구분이 안 되겠다"며 "돈 많이 모은 것 같은데 소주 사 마시게 3000원만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14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열린 아르바이트생 선발 오디션 '조선에서 온 그대'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한국민속촌의 '명물'이 되기 위해 서류를 낸 인원만 400여명. 한국민속촌 아르바이트는 즐거운 근무 환경에서 6000원대의 시급과 함께 짭짤한 부수입까지 얻을 수 있어 '꿀알바'로 불린다. 

 

1차 오디션에는 20대 1의 경쟁률을 뚫어낸 지원자 60여명이 경연을 벌였다. 이들은 선별된 인원답게 천하일색 황진이, 악동 양반, '양아치' 무당부터 수다쟁이 처녀귀신, 서당 개, 방물장수 도깨비 등 '사람이 아닌' 캐릭터들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노래 한 곡 부르기에도 부족한 시간 동안 이들은 그간 숨겨온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노비' 이씨는 쓰러져 절규하는 연기도 모자랐는지 "'최수종 말타기'를 보여주겠다"며 일어났다. 이어 엉덩이를 들썩이며 "허! 하!"를 외치는 모습은 흡사 드라마 '태조왕건'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디션에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도 참여했다. '오빠 원샷' 애교로 이름을 알린 '구미호' 이정후씨는 EXID의 '위 아래'에 맞춰 섹시한 매력을 선보였다. '이놈아저씨' 윤태영씨는 '악동 양반' 역을 맡아 "어디 양반을 똑바로 쳐다보느냐. 예를 갖춰라"라고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팔색조 매력을 갖춘 참가자들로 인해 최임식 한국민속촌 대표이사를 비롯한 4명의 심사위원들은 머리를 싸맸다. 'K팝스타'를 방불케 하는 열띤 심사 끝에 현장오디션 참가자 30여명이 추려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현장 오디션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오후 2시는 인간이 가장 섹시한 시간"이라며 남자 관람객들을 집중 공략한 기생 나보현씨부터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쓰레기 버리지 말아라 인간들아"라고 호통치는 도깨비 김민지씨까지 참가자들은 열과 성을 다했다. 그들에게 민속촌은 이미 자신만의 독무대였다. 

 

특히 거지들 사이에서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졌다. 최씨는 "얼마를 구걸했는지가 관건인데 지금까지 1만원 정도 번 것 같다"며 "개그맨 김지민 이후 최초의 여자 거지가 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즉석에서 얼굴을 그려주는 '화가 거지' 오경종씨는 "오늘 1시간 동안 사람 얼굴 그림만 60장 그렸다"며 "거지 중에선 내가 최고"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명나는 오디션 한판 승부에 관람객들은 한껏 즐거움을 누렸다. SNS에서 민속촌 캐릭터들의 명성을 듣고 왔다는 김모씨(26)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다들 연기를 잘한다"고 감탄했다. 

 

오디션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 무대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기타를 둘러메고 1시간 동안 연주를 한 '광대' 어양록씨는 "노래를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며 "손에서 피가 나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합격한다면 민속촌의 존 메이어가 되겠다"고 말했다.


합격자는 앞으로 2~3일 이후 개별 통지될 예정이다. 한국민속촌 관계자는 "갈수록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거지 역할의 경우 '유학파 거지', '그림 그리는 거지', '흥 거지'까지 콘셉트도 다양하다"며 "당초 20명 정도 발탁하려고 했는데 참가자들이 워낙 끼가 많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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