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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여 여관에…" 경찰의 안일한 블랙리스트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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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5


 

 

 

지난 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얼굴과 손목을 흉기로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테이블에 차려진 아침식사를 한 술 뜨던 리퍼트 대사는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달려온 괴한의 공격을 손으로 막아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인 김기종(55)이 이미 2010년에 주한 일본대사에게 돌덩어리를 던지는 공격을 했던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기종은 당시 외국사절 폭행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계속 질문을 해 진행요원들이 마이크를 빼앗는 소동을 벌이기도 하는 등 '갑툭튀'(갑자기 어디서 툭 튀어나온) 괴한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문제를 일으켜왔던 사람이었습니다.

 

김기종처럼 화려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경찰들은 사실 다 인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 있었던 정보관도 김기종을 알아보고 '왜 저 사람이 여기에 있냐'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타이밍이 늦어 사고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경찰들은 민간인 사찰 논란을 우려해 돌발행동이 우려되는 'VIP'들의 목록을 만들어놓고 따라 붙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안 한다고 합니다. 대신 '컴퓨터 대신 머릿속에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일선 경찰서의 한 정보관은 매번 행사 등에 나타나 소란을 일으키는 요주의 인물들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행사를 한다고 하면 미리 시나리오를 짜죠. '이번에도 누구누구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대비하는거죠."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보관은 "이런 사람들 생각보다 많다"며 "그런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할 것 같은 분위기라면 아예 전날 함께 술을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미리 찾아가서 꼬드겨서 술을 같이 마시고, 취하면 여관에 데려가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소란이 예상되는 행사의 보안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 현장을 지키는 일선의 목소리입니다. 아무리 리스트를 만들고 1:1로 관리를 한다고 해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 모든 극단적인 돌발행동을 소수의 인력이 사전에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입니다.

 

경찰에게는 요청이 없을 경우 행사에 찾아가서 상황을 통제할 권한이 없고 우리나라가 테러가 많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처럼 검문검색이 일상화 돼 있지 않아 이런 행동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의 예로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홀에서 열린 김영란 전 대법관의 기자회견장에도 한 중년 여성이 갑자기 뛰어들어와 "국민권익위원회 폐지하라"며 소리를 질러 수분 가량 김 전 대법관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해당 여성 또한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 앞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김영란은 자격이 없다"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기자회견 현장에는 어떠한 보안 인력도 없었고 주최 측이라고는 로스쿨 사람 10여명이 전부였습니다. 이들은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가거나 선뜻 말을 걸지도 못할 정도로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이번 피습 사건이 끝나고 리퍼트 대사가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고 한국말로 말했듯 우리의 안전의식도 더 단단해졌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안전에 대비하는 문화가 보편화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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