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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통치,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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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중국 정치는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매년 중전회의(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중앙 경제공작회의, 지방양회, 양회 순으로 굵직한 정치 회의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3일부터 열리는 양회도 사실은 4중 전회(2014.11)→경제공작회의(2014.12)→지방 양회(2015.1~2)의 연장선에 있다. 중전회의와 경제공작회의, 지방 양회에서 논의한 정책들을 양회에서 최종 확정짓는 것이 중국의 통치 방식이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 '양회'서 1년 정책 최종 결정

양회는 말 그대로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쳐서 부르는 용어다. 자타 공인 중국 최대 정치 행사다.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 격으로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며, 정협은 국정 최고자문회의로 중국 여론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한다. 

 

양회는 새로운 현안을 논의하진 않는다. 전년도 중전회의나 경제공작회의에서 논의한 정책들을 인민 대표들이 한 데 모여 최종 확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 해 1년 중국을 통치할 정책들을 양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올해 양회에서 논의될 핵심 사안은 △의법치국 △뉴노멀(신창타이) △사법 공정성 △일대일로 △3농 개혁 △종신 문책(반부패) 같은 것들이다. 대부분 지난해 중전회의와 경제공작회의에서 충분히 다뤘던 사안들이다. 

 

◇중국의 오늘과 내일 보여주는 '집결판'

양회는 이처럼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총 집결해 보여준다. 양회에서 논의되는 사안들은 중국의 현실 자체이자, 나아갈 미래이다. 또 한편으로 중국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양회에서는 그해 1월 벌어진 쿤밍 테러로 국가 반테러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뜨거웠다. 심각한 스모그를 막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2010년에는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른바 '주택 양회'가 눈길을 끌었다. 

 

양회에서 논의된 현안들은 곧바로 시행되기도 한다. 2013년 양회는 불량 먹거리에 대한 성토장이 벌어졌는데 이후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은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승격됐다. 한자녀 정책이 일부 지역의 노동력 부족을 낳는다는 비판이 거셌는데 이후 베이징 등에서 부부 중 한 명이 독자인 경우 2자녀를 허용하는 산하제한 완화책도 시행됐다. 

 

◇양회 불야성 접대는 '옛말', 생수실명제까지 등장

중국 최대 정치행사답게 한 때 양회 기간 베이징은 접대의 도시로 변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각 지방 정부의 베이징 사무소 직원들이 양회 기간 베이징을 찾은 상관이나 동료들을 접대하거나, 베이징으로 양회 출장을 온 지방 공무원들이 중앙 정부 부처 공무원을 접대하는 경우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회 기간 지방 공무원과 중앙 공무원을 만나려는 기업들 접대까지 가세하면서 양회가 열리는 도심 호텔 레스토랑이나 유명 음식점은 예약조차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2012년 11월 출범한 시진핑 정부가 강력한 반부패 척결과 공무원 기강 확립 의지를 보이면서 2013년 양회부터는 이런 접대 문화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 양회에서는 전인대 대표들에게 회의 도중 차나 물을 따라주는 서비스를 금지하고 대표들의 이름이 각각 표기된 생수 한병씩을 제공하는 일명 ‘생수실명제’를 도입했을 정도다. 양회 대표들이 이용하는 북경국제식당도 비용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값비싼 반찬을 내지 않고,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가정식 요리로 메뉴를 채우기도 했다. 

 

◇양회의 힘은 '인사·예산권', 공산당이 '장악'

양회 중에서도 전인대는 정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국가 최고권력기관으로 통한다. 전인대는 각 지방 대표들로 구성되는데 그 총수는 3500명을 넘지 못한다. 매년 3월5일 열리는 전인대는 국가 경제·사회 발전 계획과 진행 상황을 심의·비준하며, 국가예산과 예산집행에 대한 심의·비준도 맡는다.

 

전인대는 헌법의 개정·집행을 감독하고 법률을 제·개정하는 기능도 있고, 국가 주석·부주석,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의 선출·파면도 담당한다. 국무원 총리도 선출하고, 부총리·국무위원·각 부처 부장(장관)도 전인대에서 임명한다. 국가 예산 결정 권한도 전인대의 또 다른 힘으로 꼽힌다. 특히 이런 전인대의 조직과 운영은 공산당 결정에 따른다. 사실상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전인대를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협은 다양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국정 자문기구다. 전인대가 지역 대표들로 구성된다면 정협은 문화예술, 과학, 인문, 경제계, 군소정당, 전국부녀회 등 업종별 대표를 모아놓은 성격이다. 정협 위원 중 유명 배우나 감독, 스포츠 스타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정협 위원도 절대 다수는 당연히 공산당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인대 대표는 제적인원 2983명, 정협 위원은 2232명으로 총 5215명 정도로 알려졌다. 중국 인구 26만명당 1명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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