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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하고 범인 잡고 수술까지… 갈수록 똑똑해지는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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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혁신적인 미래의 삶을 논할 때마다 등장하는, 마치 상상 속의 기술처럼 대중에게 각인돼 왔다.특히 SF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수준을 상회하는 지능의 결정체로 묘사되고 있으며, 때로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두려운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과거 2000년을 맞기 직전, 세기말 분위기와 더불어 우리를 두려움에 빠지게 했던 밀레니엄 버그가 실상은 우리 삶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던 것처럼, 영화나 소설 속 등장했던 인간의 능력을 위협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그렇다면 인간 지능 수준을 모방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공지능 기술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현재의 인공지능, 인간 모방 한계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해답을 먼저 제시하자면, 현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은 인간의 지능을 일부 모방 가능하다. 또 특정 인지 및 분류 능력에 있어서는 인간의 능력을 상회할 수 있다. 그러나 소실된 정보, 데이터의 스케일, 왜곡 발생 등에도 강건한 인간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모방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를 보인다.일부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해당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은 현재 기술적 도약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2~3년 안에 거둔 기술적 성과가 지난 10년간 걸친 노력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세가 놀랍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 인지 기술의 수준은 2012년이 돼서야 획기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이전의 영상 인지 기술은 실험 데이터에서는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나 일반적인 데이터(인터넷 상의 영상, 사용자가 취득한 사진 등)를 대상으로 검증했을 때 그 성능에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특히 비교 대상인 인간의 시각 인지 능력 대비하면 그 수준이 미비했다. 영상 인지 기술 성능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로 이미지 인식 기술 대회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 대회의 결과물을 들 수 있다. 이 대회는 영상 인식 알고리즘 성능 향상을 위해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개최됐는데, 2010년 시작 당시의 가장 우수한 기술이 보고한 오차 수준은 28.2%로 인간의 오차 수준 5% 미만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영상 인지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2012년 토론토대학의 슈퍼비전(SuperVision)팀이 제안한 ‘Deep Neural Network(DNN)’ 기반의 인지 기술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신경망 모델(Neural Network)은 인간의 두뇌를 구성하는 뉴런과 시냅스의 구성을 본받아 구성된 추론 모델이다. 신경망 모델의 역사는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랫동안 논의돼 왔으나, 다층 구조의 신경망 모델의 학습 시뮬레이션을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워 그간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효율적인 신경망 모델 학습기법이 제안되면서 추론기술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DNN을 활용한 2012년 슈퍼비전의 기술은 오차수준을 16.4%로 떨어뜨렸고, 이후 몇몇 다른 연구소에서 DNN 기술을 개선시키면서 현재 오차율은 6.7%까지 떨어져 인간의 인지 오차율에 매우 근접한 수준에 이르게 됐다. 더 놀라운 점은 영상 인지 기술이 때때로 사람의 인지력을 상회할 수 있게 됐는데, 개체 분류(식물, 동물 등의 종 분류)와 같은 미세 분류 능력이 이에 해당된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미세 개체 분류 능력이 생존과 직결되지 않으므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유용함을 제공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인 ‘왓슨’이 유명 TV 퀴즈쇼 ‘제퍼디’에 등장해 역대 우승자들을 상대로 승리해 우수성을 입증했다

 

IBM 왓슨, 인공지능 우수성 입증

인공지능 기술의 우수성은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을 습득·처리하는데 있어서 이미 여러 차례 그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IBM 왓슨(Watson) 연구소에서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2011년에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인 ‘왓슨’이 유명 TV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 등장해 역대 우승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차지하면서 현 인공지능 기술의 정보 분석 및 처리 능력의 우수성을 입증해 보였다. 특히 인간의 전유물로 여겼던 속어나 뉘앙스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과 용어를 분석하는 부분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 가능함을 보였다.

이와 같은 추세는 영상 인지 분야뿐만 아니라 음식 인식, 텍스트 인지, 비디오 해석 등 다양한 인공지능 분야에 걸쳐 확장되고 있다. 현 기술 수준이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행동, 판단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으나 머지않아 최소한 전문가 집단이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역사상 유례없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야후, 애플 등 대다수의 IT업체를 비롯해 아마존, 이베이, 텔사, BMW, 포드 등 유통업체 및 자동차 업체 등에서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국책 연구사업의 큰 테마로 인공지능 분야를 선정하고, 향후 혁신적 변화를 이끌 기술군으로 집중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인공지능 대규모 투자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곧 자동화·지능화를 향한 핵심기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는 현재도 활용하고 있는 검색 관련 기술, 데이터 분석 기반 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에는 로봇, 무인 자동차 등의 기술까지 광범위하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로 우리 삶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사회 안전망 구축, 의료·과학 등 전문 분야의 정보 분석까지 확장될 수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검색엔진 관련 기술, 서비스 추천, 여론조사, 광고·상품의 관심도 조사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이미 우리 삶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경망 모델과 접목하면서 방대한 지식을 처리하고 사고와 판단에 준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의 등장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자연어 처리 및 이해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이는 새로운 언어를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습득함으로써 다국적 언어의 자동 통역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외국어 습득에 들이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다른 문화권과의 소통·이해에 매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방대한 지식을 보유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학습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 교육 시장에 큰 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사회 안전망 구축=전쟁, 범죄, 테러, 각종 화재 및 사고는 전 세계에 걸쳐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다. 사회 안전망 구축에 필수적인 보안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있어 향후 인공지능 기술의 역할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인공지능 기술 중에는 CCTV와 같은 저해상도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이로부터 이상행동을 자동으로 규정하고, 시스템 관리자에게 전달 가능한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CCTV는 범죄 현장을 기록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범죄와 사건의 사전적 대응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향후 영상 기반의 행동 분석 기술을 적용하면, 실시간으로 범죄 및 돌출 행동으로 야기되는 여러 위험상황을 경고하고 즉각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도모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노령인구의 건강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응급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안에서 CCTV 등을 활용해 응급상황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가족에게 전달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된 산업이 향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추세에 발맞춰 이미 유명 해외 대학 연구소와 병원 간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협력 연구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 중에 있으며,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또 강력 범죄자 및 테러범 검거와 같이 심각한 범법자를 검거하는 데 있어 얼굴 인식 기술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굴 인식 기술은 여타 객체 인식 기술과 마찬가지로 고해상도, 전면 얼굴 등 제한된 조건하에서는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여 왔으나, 시점·조명 혹은 안경·마스크 등으로 가려진 상태에서 인식률이 현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CCTV와 같은 비디오 영상을 활용함으로써 종래 한 장의 영상에서 범죄자의 모습을 인식하던 방식에서 보였던 성능 한계를 개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얼굴 인식이 범죄자 검거에 핵심적인 요소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법률·금융 등 전문분야=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법률, 금융과 같은 전문지식과 더불어 경험과 연륜이 중요한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의료 분야를 예를 들어보자. 숙련된 전문의는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시술 경험에 의해 탄생된다. 다수의 수술 경험은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의사 개인이 평생에 걸쳐 축적할 수 있는 시술 케이스를 훌쩍 뛰어넘어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축적돼 온 질병과 치료법을 통합 관리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제시해 기존 진료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질병과 가장 큰 인과관계를 가지는 유전적 요소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진료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환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증상에서 기인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질병의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며, 향후에는 의사들의 진료 방향과 진단에 상당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은 방대한 분량의 전문지식을 학습하고 미세한 분류를 수행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의료 행위를 돕는 수단으로 큰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법률·금융 전문가 또한 경험과 숙련도가 매우 중요시 되는 분야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면 한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자료의 숙지 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방대한 지식과 사례를 활용할 수 있으며, 또 새롭게 유입·추가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심현정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

<본 기사는 TECH&beyond 제22호(2015년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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