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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못마시는 女직원에 "마시면 는다"…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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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2


 

 

“자, 모두 원샷!”

 

“죄송합니다. 팀장님, 저는 술을 못해서.. 지난 번에도 억지로 먹었다가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진짜 마시면 안될 것 같습니다.”

 

“안돼, 오늘은 예외 없이 모두 마시는 거야. 이대리가 안 마시면 신입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팀 분위기도 생각해야지, 그래서야 어떻게 사회생활 하겠어? 이제는 여자들도 술을 좀 마실 줄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술도 자꾸 마셔야 느는 거야.”

 

“자, 다시 원샷!”

 

술을 전혀 못 마시는 이대리는 오늘도 남자팀장의 강요로 억지로 몇 잔을 마셔보지만, 술을 마시고 나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을 해도 소용이 없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그 술은 몸 속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그러한 알코올 분해효소는 자연적으로 체내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효소의 양은 선천적으로 유전자에 의해 정해져 있으며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효소가 많이 생성되는 사람은 술을 많이 마셔도 몸에 크게 무리가 없지만, 알코올 분해효소가 생성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술을 마시는 것이 아주 강하진 않지만 마치 독극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알코올 분해효소는 서양사람들이 동양사람들에 비해 많으며,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많이 생성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사람들의 약 40%가 알코올 분해효소가 아주 적게 만들어 지는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10%는 분해효소가 전혀 생성이 되지 않는 유전자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서 분해효소가 전혀 없는 유전자형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해효소는 선천적인 유전형질이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술을 마신다고 결코 늘어나지는 않으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노화에 따라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몸이 힘들어 지는 것은 결국 분해효소가 부족하거나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신경흥분제(stimulator)’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술 때문에 그런 거다, 술 먹고는 그럴 수도 있는 거다’라며 술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술은 ‘신경억제제(suppressor)’로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억제하여, 그 사람이 본래 갖고 있는 본성을 드러나게 한다. 소위, 주사(酒邪)는 술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술을 먹고 하는 행동이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인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부하직원들과 술자리를 통한 스킨십을 많이 해야 뛰어난 리더라고 생각하는 남자상사들과 술을 잘 마시고 주량이 센 것이 마치 엄청난 능력인 듯 착각하는 남성들이 많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조직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팀웍을 강화한다는 미명 하에, 선천적으로 알코올에 취약한 여성들을 상대로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이제는 개선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술로 인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남성들의 애교로 그냥 넘어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팀웍이나 조직의 시너지는 결코 강요나 명령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요즘과 같은 창조경제 시대에는, 여성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 조직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자신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 믿음이 생기고 최선을 다하며, 한 두 번의 이벤트가 아닌 평상시에 보이는 행동패턴으로 신뢰감을 갖는다고 한다. 술자리의 이벤트보다는 진정으로 여성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최고의 성과를 향한 첫 걸음인 것이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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